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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行열차에 中제품 가득”…中, ‘新실크로드’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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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밤 12시 중국 쓰촨(四川)성 성도 청두(成都)시 칭바이장(靑白江)구 화물역. 청두 시내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 떨어진 이곳은 평소와 달리 대형 조명등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우르릉, 우릉 …쿠쿵’ 거대한 기중기의 소음이 귀를 울렸다. ‘ㄷ’자를 세워놓은 모양의 기중기 사이로 대형 화물차가 오가고 있었다. 소음의 정체는 기중기가 화물 컨테이너를 싣는 소리였다. 총 41량의 화물열차는 길이만 600여m, 마치 거대한 이무기가 꿈틀대는 듯했다.
밤 12시 18분, 어느새 기중기가 멈춰 섰고 폭풍전야의 적막이 감돈다. ‘쿠르릉 ∼덜컹!’ 열차의 헤드라이트가 켜지고 화물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둥지를 벗어나듯 기중기 사이를 지나는 열차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 열차의 목적지는 폴란드 중부 상업도시 ‘로츠’다.
중국 부국의 꿈, ‘중궈멍(中國夢)’이 무르익고 있다. 중국 서부지역의 발전을 모색하는 서부대개발이 서부 공업화 단계를 넘어 신 무역로 개척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신 무역로는 과거 중국의 실크와 도자기를 유럽으로 수출했던 ‘실크로드’에 빗대어 ‘신 실크로드’라 불린다. 이날 청두를 출발한 열차는 총 9826㎞ 길이의 철로를 14일간 쉬지 않고 달려 폴란드에 도착한다. 고원과 사막을 지나는 험한 여정, 중국과 유럽의 특산물을 나눈다는 점에서 옛날 실크로드 그대로다. 다만 총 142만7000㎡ 부지의 첨단물류 센터에서 열차로 실크가 아니라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자제품을 실어 나른다는 게 다를 뿐이다. 굳이 정확히 하자면 ‘실크철로’라고 할까.
“‘룽어우콰이톄(蓉毆快鐵·이하 룽어우)’는 신 실크로드 건설의 첫걸음입니다.” 이 노선의 운행을 담당하는 청두야어우반례우류(成都亞毆班列物流) 회사 야오카이웨이(姚開瑋) 조작부 주임의 말이다. 룽어우는 청두에서 폴란드로 가는 화물열차 노선의 정식 중국 명칭이다. 사실 중국이 현재 개발한 신 실크로드 노선은 청두 외 두 곳이 더 있다. 허난(河南)의 정저우(鄭州), 충칭(重慶) 등을 기점으로 한 노선들이 개발된 상태다. 그럼에도 야오 주임이 룽어우를 신 실크로드의 대표주자로 꼽은 이유는 룽어우만 현재 유일하게 상업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4월 26일 첫 운행을 시작한 이래 룽어우는 지금까지 매주 한 차례 정기운행을 하고 있다.
“물론 아직 정부의 보조금은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은 기본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상태입니다.” 야오 주임에 따르면 운행 초기 20%에 머물렀던 선적률은 현재 90%에 달한다. 화물이 넘쳐 제때 운송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위험마저 있다는 의미다. 1년 만에 빠른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야오 주임은 이런 룽어우의 성공 요인으로 경쟁력을 꼽는다. “룽어우 노선은 최소 12일, 최대 14일이면 청두를 출발해 폴란드에 도착합니다. 폴란드에서 3일 내 유럽 전역 어디든 물건이 도착할 수 있습니다. 또 룽어우 노선은 항공운송보다 늦지만 가격은 4분의 1가량으로 저렴합니다. 반면 해상수송보다 배는 비싸지만 총 45일 걸리는 해상운송보다 4배가량 빠르죠.” 여기에 더해진 것이 최첨단 물류시스템이다. 청두 종합물류센터 내부에서는 컴퓨터 연결을 통해 각국 통관 절차가 중국에서 함께 이뤄진다. 한번 열차에 짐이 실리면 최종 하적 순간까지 다시 검사를 받지 않는 것이다. 통관 절차는 늦어도 이틀 이내에 끝난다.
룽어우의 고정 노선이 자리잡으면서 중국 내륙의 수출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비고정적으로 운영되는 충칭발 노선까지 합쳐져 중국 서부지역이 유럽 수출의 새로운 루트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서부 내륙지역에 새로 들어온 생산업체들은 물론 광둥(廣東)지역 회사들의 수출 물량까지 몰려들고 있다. 자연스럽게 쓰촨성에 청두와 충칭을 중심으로 한 ‘청위(成?)경제권’이 공고해지게 되고 중국 연안개발 지역과 유기적 결합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바로 정확히 중국 당국이 의도하고 희망하는 바다. 현재 추진중인 신 실크로드들의 건설이 모두 완료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견하도록 하는 대목이다.
지난 25일 오후 청두 사무실에서 만난 쓰촨성 상무청 타오강(陶鋼) 처장은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라고 경제발전에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청두를 중심으로 고속철 노선들이 새롭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항공 편의를 위해 새로운 공항도 짓고 있습니다. 실크로드는 철로만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서부대개발의 중앙정부 지원과 티타늄, 희토류 등 각종 자원이 풍부한 쓰촨성의 장점이 합쳐져 중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게 타오강 처장의 분석이었다. 실제 2011년 2조1026억7000만 위안(약 357조6221억 원)이었던 쓰촨성의 지역총생산(GDP)은 지난해 2조6260억 위안으로 뛰어올랐다.
흔히 중국의 서부대개발은 광둥 등 동남부 연안지역의 생산공장을 반강제로 서부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이해돼왔다. 2010년 중국 당국이 서부지역에 세계 500대 기업 200여 곳이 들어왔다고 발표하자 당국의 강한 입김이 그만큼 강했다는 의미라며 비꼬는 논조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재 청두의 모습은 그것이 오해였음을 보여준다. 서부지역의 값싼 노동력에 정부가 신 실크로드라는 무역로를 개척해주면서 새로운 경제발전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소위 창조경제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청두시 가오신(高新)구에 위치한 초대형 건물 ‘환추중신(環球中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세계의 중심이란 뜻의 환추중신은 총 86만6667㎡ 크기 땅에 지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이다. 향후 세계 최대 상업도시로 성장하겠다는 시 정부의 야심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규모에 비해 세심함이 떨어져, 아직 ‘2%’ 부족한 현실마저 그대로 반영했다는 평도 듣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청두의 경제 성적이다. 청두는 최근 4년간 연평균 10%이상 성장해왔다. 쓰촨성 지역방송국 산하 홈쇼핑채널의 양웨이둥(楊蔚冬) 대표이사 업무비서는 청두의 미래 모습을 주민들의 소비성향을 근거로 전망했다. “예부터 청두는 소비의 도시였습니다. 지금도 전국에서 가구당 자가용 보유대수가 3번째로 많은 곳입니다.”
사실 룽어우 화물열차를 보고 이무기가 떠오른 것은 단순히 그 모습 때문만은 아니었다. 상하이(上海) 때문이었다. 과거 1990년대 중국의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많은 이들이 중국과 창장(長江)을 용에, 상하이를 여의주에 비교했다. 이제 중국 서부에서 또 다른 용이 만들어지고 있다. 신 실크철로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아직 이무기다. 이 이무기가 청두, 충칭 등의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 용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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