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즈니스에서 가장 민감한 요소를 꼽으라면 십중팔구 가격을 이야기한다.
만약 당신이 베이징이나 산둥성의 한 시장에 들렀다면 정찰제로 붙여진 가격표를 보고 값을 지불 하면 그만이다. 베이징이나 산둥성은 흥정을 싫어하는 유교 문화권의 상관습이 그대로 베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하이 골목시장이나 항저우의 골동품 시장에 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원하는 물건을 집어 들고 ‘뚜어사오치엔(多少錢, 얼마냐)’하고 물으면 ‘쉬야오두어사오(需要多少,얼마나 필요하냐)라고 되묻는다.
물론 단위당 가격을 알려주기 위한 답변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수요자를 파악하기 위한 흥정의 첫 관문인 셈이다.
이 단계에서 “난 외국인인데 이거 하나 사겠다”고 하면 아마 10배 정도의 바가지를 쓴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하이에서 베이징 말씨를 쓰면 보통 2배 정도 바가지를 쓰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저장성 사투리를 쓰는 항저우 사람이라면 상하이 친구보고 물건 사달라고 부탁하고 차액을 나눠 가질 생각을 한다.
또 물건 하나 살 때는 10위안이었다면 10개 달라고 하면 11위안 달라고 한다. 대량구매하면서 할인을 기대했다면 뒤통수 맞은 기분일 것이다. 수요자의 심리를 먼저 파악하는 중국에서는 10개를 사려고 고객에게는 10번 오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더 지불할 것을 요구한다는 논리다.
전쟁보다 더 경쟁이 심하다는 중국 비즈니스에서는 가격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대기업의 가격 황포 등은 우리와 비슷하다. 자본이 많은 대기업의 경우 일단 가격전쟁에 뛰어 들게 되면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 가격을 원가 이하로 까지 후려치곤 한다.
자본이 달리는 소상인들은 대기업의 횡포를 피해 조그만 가격차를 활용하는 응용 전략을 펼친다.
아직까지는 중국의 1인당 소득이 낮고 가처분소득이 작다보니 가격 몇푼 차이에 울고 웃는 경우를 활용해 생존해 나가는 방식이다.
잘 알려진 후난(湖南)성 창더(常德)현 의 한 백화점 사례를 살펴보자.
이 백화점은 위치도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다른 경쟁 백화점에 비해 상품의 구성이나 품질에 별 우위를 두지 못했다. 당연히 장사는 경쟁업체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어러 차례 가격경쟁을 해봤지만 경쟁 업체에 두 번이나 완패했다.
고민 끝에 눈에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모든 상품 가격을 9자로 끝나게 한 것이다. 예를 들어 8위안자리 남성용 벨트를 7.9위안으로 표기하고 토기 고기 500그램은 11.9원... 21인치 컬러 텔레비전은 3990위안으로 가격을 붙여놨다.
이러자 물건은 비슷한 데 값이 싸다는 고객의 입소문이 퍼졌고 매출도 슬금슬금 늘어났다.
다소 허접해보이는 전략을 편지 2년 후, 이 백화점의 자산은 2배로 불어났고 후난성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자리잡는다.
베이징 근교에서 농사 짓던 치마오린(齊茂林)씨도 가격전략 덕에 부호가 됐다.
농사지은 채소를 인근 농마오(農貿)시장에 내다 팔 던 그는 무심코 가격을 내렸다. 0.5위안차이에 물건을 살까말까 망설이는 수요자의 심리를 역이용해볼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단감 1킬로그램에 0.75위안 양파는 0.55위안, 오이 1.55위안 감자 0.75위안으로 표기하자 계산하기 편한 정수를 놔두고 소숫점으로 장사하는냐는 핀잔까지 주위로부터 들려왔다.
그러나 신선하고 무공해 채소를 많이 찾는다는 점을 활용한데다 가격까지 세분화하자 고객반응이 확 달라졌다. 다른 가게에 비해 0.5위안 정도 싸게 파는 데도 “가격은 싸고 물건은 신선하다”는 소문이 퍼졌고 옆 가게보다 평균 4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0.5위안이라는 작은 가격전략을 펼처 박리다매의 효과를 거두고 농민 부호에 이름을 올린 사례다.
두더성(杜德生)이라는 베이징의 전기기술자도 비슷한 효과를 봤다. 얼마 안되는 골목 안에 전기제품 가게가 8개나 몰려있어 장사가 안됐다.
그는 이윤확보를 위해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옆 가게와 반대로 모든 제품의 가격을 0.5% 정도씩 내렸다.
중국인의 소비심리의 기본이 ‘화삐산자(貨比三家, 3개 가게서 가격을 비교하고 물건을 산다)’라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실제 이골목에 들어서면 8개 가게를 다 둘러보고 물건을 사가는 손님이 많았고 모두 두씨 가게에서 물건을 샀다.
얼마 되지 않아 주위의 상점은 다 망했고 이 가게만 살아 남았다.
이 밖에 골동품시장에서는 손님에 따라서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을 올려 파는 희귀 마케팅도 기승을 부린다. 유명한 일화로 한 시골마을 농부가 진귀한 골동품을 개밥그릇으로 쓰자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개를 사려고 흥정했다. 이들은 개를 산후 개밥그릇도 달라고 했으나 농부는 그 그릇으로 개를 수천마리째 팔았다며 거절한다. 허술한 듯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중국 상술의 일면이다.